팰리세이드 전복사고 이슈는 아직도 논쟁중
자동차 커뮤니티의 이야기 주제들은 평상시에는 보통 4~5 가지 큰 항목을 중심으로 잊을만 하면 다음 주제가 나오고 또 잊을만 하면 다음 주제가 나오면서 돌아가곤 한다. 거기에 신차 출시, 사건사고, 독특한 빌런의 등장이 나타나면 길어야 보름 정도 불타오르다 또다시 큰 주제로 돌아가는 패턴이다. 이중에서 사건사고 같은 경우는 휘발성이 강해서 보통은 3 ~ 4일 길어야 일주일면 싹 없어지는편인데 이번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 이슈는 뭔가 조금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장기간 언급되고 있는 중이다.
사건 이후 방송을 타면서 자동차 커뮤니티에 퍼지게 되었고 이슈가 되자 조회수를 빨기 위한 유튜버들이 참전한것까지는 일반적은 패턴인데 사고 재현과정 및 팰리세이드 사고에 대한 잘잘못에 논쟁이 끊이지가 않았다. 그러면서 나름 네임드급 유튜버들이 이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기 시작했는데 거의 대부분의 국내 유튜브 자동차 채널에서 이 사건 관련 영상을 볼 수 있을 정도다. 거기에 더해 각종 전문자동차 매체들까지 이 사고를 다룬 특집 칼럼을 개재하는등 논란이 시작된지 열흘이 넘도록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중이다.
팰리세이드 변속기 문제 VS 운전자 문제
여전한 논란의 핵심은 간단하게 말해 차를 그따구로 만들고도 팔아먹냐라는 쪽과 운전자의 부주의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운전 습관에 따른것이다라는 쪽으로 갈려 있다. 다양한 차종을 비슷한 환경에서 실험을 한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쪽이 조금 더 지지를 받고 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운전자를 안전하게 보호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는 않다. 이미 이부분에 대해서는 앞선 포스팅에서 다뤘으니 굳이 더이상 이야기 할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팰리세이드 변속기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버튼 방식의 변속기가 도입된 것이 팰리세이드가 최초인것도 아니고 현대차 또한 처음 적용해 본것도 아니다. 이미 넥소에서 먼져 선보였고 코나 일렉트릭에서도 적용되었다. 문제는 구동계통 특성상 전기차인 두 차량의 경우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때 시동이 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동일한 버튼 방식의 변속기 방식으로 내연기관 엔진과 토크컨버터가 들어간 자동변속기가 매칭된 팰리세이드라서 문제가 된건데 같은 방식의 DN8 쏘나타, 그랜저, 하다못해 최신 모델인 GV80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는 모두 시동이 꺼졌다. 후진이 걸린 상태로 차량이 앞으로 진행하다보니 기계적 구조상 엔진 RPM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고 결국 시동이 꺼진것이다. 즉, 이 부분은 결함이나 잘못 만들어진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운전자가 했던 행동의 과정들을 보면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 생긴다. 첫번째로는 후진으로 주차된 차를 빼고 드라이브 모드인 'D' 버튼을 누르는 과정에서 부터 시작되는데 결과적으로 여기서 차는 D 모드가 아닌 후진 상태인 R 모드를 유지하게 된다. 이유는 딱 두가지다. 브레이크를 완전히 밟고 D버튼을 누르지 않았거나 D버튼이 완전히 정확히 누르지 않아 신호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것. 당시 사고 영상속 소리로 들어보면 "띠링" 하는 소리가 나는데 바로 첫번째 이유인 브레이크를 완전히 밟지 않고 D를 눌러 변속이 바뀌지 않았다는 소리다.
여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기계적인 결함 보다는 운전자의 조작 실수가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단순히 이대로 넘어간다면 팰리세이드 오너 입장에서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다. 본인 역시 운행한지 1년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변속 조작을 종종 실수해서 다시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많다. 아마 오너들이라면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텐데 현대차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버튼의 위치와 디자인, 누르는 각도 같은 부분에서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보다 더 명확하게 운전자가 조작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두번째는 운전자의 부주의함과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 부족에 대한 부분에 있다. 내리막 길로 가면서 강제로 변속기가 N으로 바뀌면서 '텅' 하는 소리가 났어도 원인을 확실히 살피지 않고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나마 운전자를 조금이나마 변호하자면 팰리세이드 가솔린 모델은 정차중 RPM이 650 정도이며 방음 성능도 나쁘지 않은편(차 자랑 하는건 아니고;;;)이라 별다른 확인없이 운전자가 차를 엑셀을 밟지 않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과정이라면 시동이 걸린건지 아닌지를 느끼기가 쉽지는 않았을것이다.
차량에 대한 이해도 또한 많은 운전자들이 잘 모르고 있을 수 있는 부분인데 솔직히 필자 역시 그동안 잘 몰랐던 내용이다. 시동이 꺼지면 브레이크가 잠겨서 딱딱해 지는줄 알았는데 시동이 꺼져 진공배력장치가 작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것이지 온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 고장이 아닌이상 차는 세울 수 있다는것이다. 때문에 만약 운전자가 이런 내용을 알았다면 차가 전복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순간적으로 사람이 당황을 하면 이게 또 잘 안된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알게되서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부분.
이제는 결론 짓는걸로
이제 이번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 관련해서 지루한 공방은 그만하고 양쪽 모두 밝혀진 문제점에 대한 해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말이 길었지만 세줄 요약을 해보자면
- 팰리세이드 차량 결함은 아니다.
- 현대차는 운전자에게 더욱 명확한 에러메세지를 주고 조작에서 실수가 덜 나올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구축해야할 필요가 있다.
- 운전자는 항상 계기판을 주목하자. 그리고 차는 어떻게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정지한다.
문제점이 모두 확인 된 만큼 소모적인 논쟁 보다는 위의 문제점들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건설적이라고 본다. 정말 이례적으로 오래동안 불타올랐던 이슈로 한동안 기억에 남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