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GV80 시승 드디어 실제로 만나보다
한동안 국내 모든 자동차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제네시스의 첫번째 SUV GV80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준비해서 매장에 찾아갔다면 더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었겠지만 갑작스럽게 지인의 소개로 잠깐이나마 차를 살펴보고 짧은 거리를 직접 운행도 해볼 수 있었다. 제대로된 시승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여서 GV80을 모두 파악하기에는 부족했지만 직접 몰아보면서 느꼈던 부분들과 특히 팰리세이드 가솔린 오너 입장에 느껴졌던 부분들에 대해서 한번 적어 보고자 한다.
GV80 시승기 - 디자인 및 실내 구성
처음 주차장에서 마주한 GV80의 인상은 역시 사진으로 보는것 보다 훨씬 존재감 있는 모습이였다. 특유의 헤드라이트 형상과 거대한 그릴은 중후한 멋과 개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팰리세이드가 후덕한 아재같은 인상이라면 GV80은 멋진 턱시도를 차려 입은 중년 신사같은 느낌이다. 워낙 많이 봐서 익숙한 디자인이였지만 22인치 휠은 개인적으로 큰 휠과 타이어를 선호하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확 띄였는데 190만원 상당의 돈을 지불할 만큼 태는 확실히 달랐다.
실내는 풀옵 사양이라 시그니쳐 디자인 셀렉션 2(300 만원)가 적용되어 있었다. 컬러는 옵시디언 블랙 모노톤으로 결론 부터 이야기 하자면 절대 이 색상은 비추한다. 이 색상은 돈들인 태가 전혀 나지 않았다. 관리를 잘 할 자신이 있다면 베이지 계열 투톤을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마룬 브라운과 스모키 그린 투톤을 선택할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시트 가죽 질감은 앉거나 만졌을때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블랙 원톤 색상은 도무지 눈으로 봤을때 비싼 시트로 보이질 않는다.
12.3인치 3D 클러스터와 14.5인치 디스플레이는 시인성도 좋고 디자인 완성도 역시 좋은 모습이였다. 팰리세이드 보다는 확실히 터치 스크린까지 거리가 제법 멀었는데 본인은 팔이 긴 편이라 문제되지는 않았다. 그밖에 다이얼 방식의 SBW 타입 변속기, 햅틱 버튼이 적용된 공조장치 컨트롤러, 윈도우 버튼, 사이드 미러 조작 버튼 등등은 고급차 다운 질감과 조작감을 제공해 확실히 팰리세이드 보다 고급 모델임을 느끼게 해준다. 참고로 렉시콘 오디오(160 만원)는 블루투스 연결로만 잠시 들어봐서 돈 값을 하는지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였지만 일단 그랜저 보다는 훨씬 좋았다.
GV80 트렁크 용량은 727리터로 팰리세이드(1297 리터) 보다는 작았지만 충분히 넓게 잘 빠졌다. 또, 5인승 사양이라 3열 시트가 없었는데 접히는 공간 만큼의 추가적인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왠만한 세차 용품 정도는 모두 담고 다닐 만큼 상당한 크기의 보조 공간이다. 손이 닿는 구석구석 마감도 제법 신경써서 잘 되어 있던 점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
GV80 시승기 - 도심 주행
차를 탈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에 서둘러 시트 포지션 셋팅을 마치고 평소 자주 다니는 코스 위주로 진행해 보았다. 일단 6기통 디젤 엔진에 대한 소감은 굳이 길게 시승해보지 않더라도 어느정도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시승차는 주행거리가 6,000 km 정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시승차 특성상 조곤조곤하게 저 거리를 내달렸다고는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런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이들링시 느껴지는 GV80 시승차의 진동과 소음은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충분했다. 투싼 초기형을 15년 가까이 운행하고 있던 시절이라면 전혀 문제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이미 1년간 조용한 팰리세이드 가솔린에 익숙해져 버린 몸뚱이라서 특히나 소음과 진동이 민감하게 느껴졌다.
팰리세이드 가솔린도 잔진동이 있기 때문에 뭐 어찌어찌 넘어는 가더라도 ISG를 꺼놓은 상태로 신호 대기를 할 때마다 들려오는 '벙벙벙' 하는 소음은 풀옵션 사양으로 9천 만원 가까이 주고 이 차를 산 고객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소리가 '더러러러러럭' 하고 들리면 조금 나을것도 같은데 희안하게 '벙벙벙'하는 소리가 들려 더 크게 느껴진다. 이 문제는 시승차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랬을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고급차인 제네시스라면 더 완벽하게 잡아냈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주행중 액셀레이터를 조금 밟아 보면 6기통 디젤 엔진의 힘은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GV80의 엔진은 최대출력 278 PS / 3,800 rpm, 최대토크 60.0 kg.m / 1,500 ~ 3,000 을 발휘한다. 강력한 토크를 초반 붙어 쏟아내다 보니 시원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고속 주행을 해보지 못한게 정말 아쉬웠는데 적어도 도시에서 주행할 경우에는 당연하게도 힘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잠시 가속을 해봤을때도 팰리세이드 가솔린과 비슷한 수준으로 속도가 올라가는게 보였다.
주행중 엔진음이 다소 실내로 좀 유입되는 편인데 그래도 아이들링시 들려오던 진동과 소음에 비하면 훨씬 낫다.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을 선택하면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 기능이 달려오는데 이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고 만져 봤을때 팰리세이드 보다 두꺼웠던 이중접합 차음유리 덕도 있지 않나 싶다. 가장 아쉬웠던 점이 HDA2 주행 보조 시스템을 활용해 보지 못한 부분이였는데 언젠가 오래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테스트 해보고 싶다.
GV80 디젤 VS 팰리세이드 가솔린 ?
시승을 마치고 다시 차를 한바퀴 둘러보면서 생각을 정리해 봤다. 그저 자동차를 조금 좋아하는 일반인 정도의 지식 수준으로 수 많은 전문가와 천문학적인 돈을 갈아넣어 만들어낸 차를 잠깐 타보고 모든걸 평가한다는건 어불성설이다. GV80 디젤은 고급스러운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해블랙 원톤은 정말 구리지만 손길이 닿는 곳곳에서 좋은 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줬다. 내려서 다시 차를 봤을때 나름 하차감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해 보면, 팰리세이드와 GV80은 급이 다른 차가 분명하지만 비슷한 덩치를 가지고 있고 4인 가족을 위한 대형 SUV라는 부분을 놓고 비교해 보자면 딱히 GV80의 우위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실내에 사용된 각종 소재들과 구성이 GV80에 비해 팰리세이드가 떨어지는건 명백하지만 그렇게 현격한 차이가 나는건 아니다. 또, 공간적인 측면에서도 2열의 경우 바닥도 평평한 팰리세이드 쪽이 더 넓은 편이다. GV80의 경우 센터터널이 살짝 솟아 오른 형태로 공간을 차지한다. 단, GV80의 2열 리클라이닝 기능은 조절 폭이 생각보다 커서 굉장히 편한 자세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어르신을 모실 경우가 자주있다면 GV80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있겠다. GV80 시승차가 5인승이라 3열 공간 비교는 확인할 수 없었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 이 부분도 팰리세이드 쪽이 더 나아 보인다.
승차감에서도 GV80의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영향으로 팰리세이드 보다 고급지게 충격을 완화시켜주는건 짧은 주행으로도 바로 느껴졌지만 종합적인 승차감에서 두 차량의 가격 만큼 차이가 나는건 아니다. 가속 성능은 대동소이 했는데 초반에 확 몰아 붙이는 디젤과 가면 갈수록 가속이 붙는 가솔린의 특성 정도의 차이만 있다. 마지막으로NVH 부분은 그냥 팰리세이드 가솔린이 압승이다.
정리해보자면 만약 돈이 충분하다는 가정하에 9천 만원을 주고 GV80 디젤을 살거냐고 물어본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혹시 지금 GV80 구입을 고려중이거나 대기를 걸어놓은 소비자라면 적어도 나중에 나올 GV80 가솔린 모델을 꼭 타보고 결정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제네시스의 수많은 장점들을 디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모두 잠식해 버린다. 6기통 디젤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게 잡은탓인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시승을 마무리 하면서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현대는 확실히 팰리세이드 가격을 너무 낮게 잡은게 분명하다라는 것이다.왜 그랬을까....ㅋㅋ
